한겨레(10.24) 박근혜, 2개재단 통합 셈법…‘정수장학회 속편’ 논란 봉쇄?

박근혜, 2개재단 통합 셈법…‘정수장학회 속편’ 논란 봉쇄?




이사장 재직중인 한국문화재단
지난 6월 13억 육영수사업회에 증여
“재벌상납 의혹 피하기” 비판
박쪽 “장학사업 목적 같아” 해명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장학재단인 한국문화재단이 지난 6월, 역시 박 후보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이하 육영수사업회)로 합병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관계 문제 등이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두 재단을 합친 배경을 두고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 법인을 해산하고 기본재산 13억원을 육영수사업회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사업회의 기본재산은 24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었다.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1979년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이 설립한 것으로, 박 후보는 설립 1년 뒤인 1980년부터 32년 동안 이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왔다. 육영수사업회는 육영수씨 사망 1년 뒤인 1975년 자산 1억원으로 설립됐으며, 박근혜 후보는 1989년 이사로 선임된 뒤 1998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문화재단은 시교육청에 낸 기본재산 처분(증여) 사유서에서 “기본재산이 13억원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고, 대부분이 예금자산이라 수익성이 낮아 목적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한국문화재단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는 설립 목적·취지가 같고, 같은 이사장이 운영하기 때문에 목적사업인 장학사업을 효율적으로 안정되게 운영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잡음을 줄이기 위해 두 재단을 서둘러 통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원식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이어 한국문화재단도 박정희 시대 재벌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설립 시 한 푼의 재산 기여도 없는 박 후보가 마땅히 사회환원을 해야 할 재산을 육영수사업회로 넘긴 것은 논란도 피하고 재산도 지키기 위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학금 지급에 쓰이던 돈을 육영수씨의 치적을 선전하는 사업에 쓰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두 법인의 등기부를 보면, 두 재단 모두 장학사업이나 학술문화 연구 진흥사업을 할 수 있으나, 육영수사업회는 육영수씨와 관련된 △유물 수집, 보관, 전시 등을 위한 기념관 건립과 운영사업 △업적의 집대성과 기록 발굴 등의 사업에도 재단 자금을 쓸 수 있다. 실제 사업내용을 봐도,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2004~2005년 문화활동비로 수백만원을 쓴 것을 제외하면 매년 사업비를 모두 장학금으로 썼다. 반면 육영수사업회는 장학금보다 ‘육영수 추도행사비’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장학사업을 주로 하는 한국문화재단으로 통합하지 않고 육영수 개인 추모 사업이 중심인 재단에 흡수돼, 장학사업이 개인 추모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시교육청은 장학사업이 줄어들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해야 하고 육영수사업회도 장학사업을 유지하는 분명한 사업방향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 쪽은 “한국문화재단의 모태인 명덕문화재단은 육영수 여사가 나온 배화여자실업고 후원회가 이름을 바꾼 것”이라며 “한국문화재단과 육영수사업회는 사업 목적성이 같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쓸 돈을 육 여사 기념사업에 쓴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직접 이사장을 맡거나 박 후보의 가족, 측근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재단은 한국문화재단과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육영재단, 학교법인 영남학원, 정수장학회 등 5곳에 이른다.

이경미 성연철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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